등록 : 2006.11.08 19:30
수정 : 2006.11.08 19:30
사설
미국의 유권자들은 7일 중간선거를 통해 지난 6년 동안 미국을 지배해 온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국정운영 방향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12년 만에 의회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는 등 크게 선전했지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패배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이 이라크전 등 대외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대결과 위협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 세계지배 체제를 구축하려는 부시 노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명백한 거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는 9·11 테러에서 비롯된 미국인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미국을 지나치게 우경화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네오콘의 독주를 허용하며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온건세력을 소외시켰다. 미국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테러와의 전쟁이 오히려 세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대량살상무기 파괴와 이라크 민주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감행됐던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수렁이 됐다. 미국의 침공 이후 이라크에선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종파간 대립으로 나라는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부시 정권은 핵확산금지조약을 무력화시키고 핵 대결 위험을 높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압박과 대결을 추구해 온 정책이 빚은 결과가 북한의 핵실험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이런 강경일변도의 정책 결과, 테러리스트의 공격 대상이 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동과 아시아 어디 하나 불안하지 않은 곳이 없는 지경이 됐다.
미국민들은 이제 이 불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 평화와 안전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공포와 증오의 수출국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수호국이 될 때 비로소 세계는 더 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열리게 될 6자 회담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했음에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실질적 양자대화를 하는 등 북한의 이런 주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해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통상 자국 산업에 보호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당이 됨으로써 그러지 않아도 힘든 협상이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되는 협상의 수준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협상 성사 자체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정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