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9 19:14
수정 : 2006.11.09 19:14
사설
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달 콜금리 목표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곧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강력한 신호도 없었다. “수도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며 통화 당국도 이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인식에 담긴 신호는, 뒤이은 “통화 정책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말로 모두 희석됐다.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스러웠을 게다.
넘치는 부동자금과 저금리를 땔감 삼아 집값이 미친 듯이 타오르고 있는 때다. 지금의 통화 흐름에 대한 한은의 판단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취임 때 이 총재는 그의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가 지나치게 풀린 돈을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했다. 넉달 전에는 통화정책 관점을 말하면서 “첫째는 목표 금리 방향이고, 둘째는 현 상황이 최적 균형에 가까운가 하는 것이다. 지금이 최적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8월에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후론 석달째 동결이다. 이 총재는 어제 “지난해 10월부터 다섯차례 금리 인상으로 통화량 증가 속도 감속 효과는 있었을 게다”고 말했다. 이전에 했던 말과 종합하면 통화량 증가 속도 감속 효과를 낸 것으로 할 바를 웬만큼 했고 균형에 가까워졌다는 것처럼 들린다. 콜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치고는 궁색하다.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정책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주저함이 돋보였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선 채권금리가 급등세를 탔다. 시장은 준비했는데 한은이 몸사린 것이다.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경기에 충격을 주리라고 보지 않는다. 반면에 부동산 시장에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지향해야 할 길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시장 안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물가상승률만이 인플레이션 지표는 아니다. 집값 폭등이 가져오는 자산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도 당연한 책무이다. 최대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통화량 관리 실패로 자산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책임 역시 무겁다. 금리를 올렸다가 행여 경기 침체 책임을 덮어쓰는 게 아닐까 하는 보신주의로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치열한 책임감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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