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9 19:15
수정 : 2006.11.09 19:15
사설
열린우리당이 내일로 창당 세돌을 맞는다. 신생정당으로서 패기와 자신감이 넘쳐야 할 때이건만, 땅이 꺼지는 한숨소리와 하루빨리 깃발을 내리자는 아우성만 온통 들린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은 의미있는 정치실험이었다. 이제는 그 실험을 마감할 때”라고 공식 선언했다. 길지 않은 헌정사에 숱한 정당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주요 구성원들이 문 닫자고 아우성친 주요 정당은 없었다. 3년 전 지역주의 타파와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소수파 정당을 각오하고 도원결의했던 그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열린우리당이 처한 고민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17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던 지지율이 불과 3년 만에 10%대로 추락한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내세울 만한 뚜렷한 대선주자마저 당내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둘째치고 민주당에게도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많은 사람들이 정계개편에 매달리는 이유다. 여당 안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열린우리당의 간판이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정치적인 리모델링을 하든 집을 헐고 새집을 짓든 선택은 정당 구성원들에게 달려 있다. 선택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서 국민들이 하겠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 정당의 생성이나 진화, 소멸은 민주정치 발전에 이바지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여당의 최근 정계개편 논의는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초대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그제 “4대 개혁입법의 모자를 쓴 것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등 열린우리당이 초기에 역점을 뒀던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자기 부정한 셈이다. 그뿐 아니라 주요 여당인사 대부분이 내년 대선 대비에만 얼이 빠져 노선과 정책을 경시한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계개편은 이뤄지더라도 정치 발전이 아니라 후퇴를 부를 뿐이다. 국민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몇년 뒤 또다시 새집을 짓자는 소리가 안 나온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열린우리당은 정계개편을 논의하기에 앞서 자기 정체성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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