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지난 8월에 마련한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뼈대는,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 업무 담당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과, 외주 용역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다는 것 등이었다. 각 부처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심의기구를 만들어 대책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하는 등 2004년에 마련했던 대책과 견주어 언뜻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것처럼 보였다.이런 대책이 나오자 노동계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 계약근로’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산 배정과 관련하여 오히려 해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상용직 노동자나 환경미화원들은 이 대책에 따른 이익은 전혀 없고 ‘총액 인건비제’ 시행으로 민간 위탁이나 외주 용역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상시 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정부 쪽 지시가 나온 뒤, 일선 행정관청에서 정규직화는커녕 해고로 후환을 없애는 쪽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시에서 불법광고물 철거 일을 하는 비정규직들은 계약 만료 시기인 12월 말까지만 일한 뒤 해고될 위험에 놓였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에 따라 이들 상시고용 노동자를 상용직화하면 정원을 넘기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시흥시도 공원 관리 등을 맡아온 일용 노동자들에 대해 “예산이 뻔해 이들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처지도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정원·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비정규직 대책도 공염불”이라며 “보호 대책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최근의 현실은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인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지 열악한 처지에 놓인 그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만 요구되는 일이 아니다. 국가 경제 운용에 지장을 부를 만큼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공공 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여 민간의 왜곡된 비정규직 고용 관행을 개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 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것이 곧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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