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2 21:57
수정 : 2006.11.13 13:49
사설
정부가 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참여정부 들어서 굵직한 대책만 여덟번째다. 그 때마다 정책 책임자는 으레 강력한 경고의 말을 던졌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 “헌법보다 고치기 힘든 제도를 만들겠다”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 집값은 2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집값 안정 때까지 신도시 개발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금 비싼 값에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덟번째 보완 대책이라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야 할텐데 여전히 청산유수다.
그는 아마 이렇게 주장하고 싶었던 듯했다. ‘여덟째라지만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우리 노력을 무산시켜 온 부동산 투기 세력이 문제였다.’ 실제 그는 일부 투기조장 건설업체, 돈장사에 급급한 금융기관, 부동산 중개업자와 부동산 언론을 문제의 세력으로 꼽았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물리 현상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 정책도 이 법칙 안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은 반작용을 극복하도록 다양한 수단을 정부에 위임했다. 반작용을 헤아려 정책(작용)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정책 실패를 투기세력의 반작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이 저항해 전쟁에서 졌다고 둘러대는 장수와 다를 게 없다. 적은 저항하기 마련이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따진다면, 정부 여당의 무능을 맨앞에 올려야 했다.
그 다음에 올려야 할 게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은 현정부 들어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몰두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등 기존의 수요억제 제도를 백지화하겠다고 나섰다. 투기세력의 동맹으로서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수요억제는 공급확대와 함께 투기대책의 양대축을 이룬다. 그러나 그는 명단에서 자기 이름만 빼기가 민망했던지, 한나라당도 함께 뺐다. 가장 큰 책임자들의 잘못은 외면하면서 잔챙이의 잘못만 거론했으니, 서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정부)는 할말이 없다. 이제 입은 닫고 정책 실천으로만 말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정부·여당의 실패에만 기대선 안 된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집단으로서 국정운영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를 비웃는 투기세력도 한나라당의 움직임엔 예민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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