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4 18:19
수정 : 2006.11.14 18:19
사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본회의에서 표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인데, 한나라당은 어떻게 해서든 처리를 막겠다며 물리적인 저지도 불사할 태도다. 토론과 타협은 사라지고 또다시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를 볼 판이다. 정치의 위기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태도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편법이나 불법 논란을 일으켰던 절차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법적, 정치적 합의를 완전히 무시해 왔다. 물론 애초 문제가 꼬인 것은 청와대의 안이하고 무지한 법 해석과 국회의 잘못된 법 적용 탓이다.
하지만, 이는 국회와 청와대 등 정치 주체들이 고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실제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세 야당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결의 큰 줄기가 잡혔다. 청와대는 세 야당의 중재를 받아들여 국회에 사과하고 임명동의 절차를 새롭게 밟았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이로써 본래의 절차 논란은 매듭이지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다른 당의 요구를 무시한 채 국회 법사위 헌법재판관 청문회 개최 자체를 거부했다. 이미 치른 청문회로 갈음하자는 등의 대안에도 귀를 막았다. 직무유기이자 정당한 국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반의회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인물론 역시 동의안 처리를 막을 근거나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전 내정자가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지만, 적절하다는 견해 역시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 따라서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하게 따진 뒤에 표결로 말할 일이다. 그러지 않고 자신들의 ‘내부 판단’에 따라 무조건 안 된다는 당론을 세운 뒤에 합법적인 안건 처리를 집단의 힘으로 방해하겠다는 것은 민주 정당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어렵고 정치적으로 맞서는 사안일수록 의회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실력 대결을 앞세워서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겠는가. 한나라당은 현재로선 차기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이다. 수권 정당에 걸맞은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또 정치권 대결의 볼모가 된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여야 없이 걱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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