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9:40
수정 : 2006.11.16 19:40
사설
외환은행 불법·헐값 매각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들의 기소 전 신병 처리가 사실상 일단락됐다. 법원은 주가조작 혐의로 세번째 체포영장이 청구된 론스타 경영진 두 사람의 영장을 발부했지만, 검찰이 핵심 피의자로 보는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도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에도 핵심 피의자의 영장이 기각되자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검찰 차원의 입장 표명”을 거론하는가 하면, “수사 종결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발언도 했다. 법원의 판단과 법 절차를 무시하는 이런 검찰의 태도는 적절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영장 재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원의 고유 권한이다. 법리적 판단이 다르다고 스스로 법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검찰 수사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신뢰하겠는가. 제 주장을 강변하려다 제 발등을 찍는 꼴이다. 더구나 최종적인 혐의 사실과 유·무죄는 본안 재판에서 가릴 일이다. 수사 단계의 영장 발부 문제 때문에 ‘수사 조기종결’ 운운하는 건, 국민한테 국가 형벌권을 위임받은 기관으로서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권한 다툼으로 정작 실체적 진실규명이라는 본질적 소임을 소홀히해선 안 된다. 물론 화이트칼러 범죄 등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지능적 범죄에 대응하는 문제는 법원과 검찰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러나 구속·체포 여부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님은 자명하다. 법원의 불구속 결정을 부실 수사의 면죄부로 삼는다면 직무유기와 다를바 없다. 철저한 수사로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하고 궁극적으로는 법정에서 이를 증명하면 된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은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사건이다. 부실을 과장한 행위나 주가조작 혐의, 경영이나 정책적 결정 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검은 돈거래 등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을 경우 유죄 입증을 확신하기 어렵다. 검찰은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목매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서 구체적인 혐의 입증과 공소 유지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주권국의 사법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론스타 쪽 피의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는 데 게을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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