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9:41
수정 : 2006.11.16 19:41
사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어제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분양원가 공개나 분양값 상한제는 공급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간접적 방법이란 실상 그냥 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부문에서 싼값에 집을 공급하면 (내버려 둬도) 민간업체가 값을 올릴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 뜻을 밝힌 뒤, 민간 아파트로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국민은 알고 있다.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가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말을 아끼다가 사회자의 계속된 질문에 나온 대답이긴 하지만 혼선을 주기에 충분하다. 부동산 관계부처 특별대책반 반장인 그의 말은 사견일 수 없는 까닭이다. 실수였다면 경솔했고, 속내를 보인 것이라면 제대로 된 분양값 제도가 나올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박 차관은 “100원에 잘 팔리는 물건을 70원에 팔라고 하면 열심히 집을 짓고 싶어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시장 지상주의가 읽힌다. 건설업체들이 제 마음대로 분양값을 정하면서 폭리를 누리고 있는데, 여기에 일반적인 시장론을 갖다대는 건 너무 안이하다. 불완전 경쟁 시장에서 기업이 폭리를 누린다면 정부는 소비자 후생을 위해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
공급 위축론도 주관적이다. 막자는 것은 폭리일 뿐이다. 적정 이윤만 생기면 건설업체는 집을 짓기 마련이다. 과거 분양값이 규제될 때도 건설업체는 땅이 있으면 집을 지었다. 간접적 방법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다. 주변 집값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되는 분양값은 그런 논리론 설명되지 않는다.
박 차관은 탁월한 경제관료로 평가받지만 시장주의자란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수도권 집값 폭등은 시장주의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1999년에 분양값 자율화가 이뤄진 데는 외환위기 직후 경기를 살려보자는 뜻도 있었지만 시장주의자들의 주장도 한몫 했다. 분양값을 풀면 질좋은 집이 많이 공급될 것이란 논리였다. 결과는 어떤가. 분양값과 주변 시세간 폭등의 악순환과, 건설업체의 폭리였다. 집값 폭등은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이다. 주택 공개념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판이다. 박 차관이 생각을 바꾸든지, 그러잖으면 ‘내가 맡을 일이 아니다’라고 손을 떼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가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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