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9:42
수정 : 2006.11.16 19:42
사설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찬성하기로 뜻을 정했다. 지난 몇 해 유엔 인권위원회와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거나 불참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말미암은 국내외 여론 악화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 등이 고려된 듯하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원칙을 분명히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다.
북한 인권 수준이 개도국 중에서도 열악한 상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남북 인권 수준이 비슷해져야 그만큼 평화 통일도 쉬워진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동안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을 주저해 온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북 관계 및 6자 회담에 줄 부정적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압력이 북한 정권 교체 시도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둘 다 현실적 근거가 있음은 물론이다. 목소리만 높여도 되는 많은 나라와는 달리 우리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북한 인민의 인권을 개선할 현실적 전략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른 특수성 인정, 남북 긴장 완화에 따른 북한 인권의 점진적·실질적 개선, 남북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 최소화가 그것이다. 이런 원칙은 여전히 타당하지만, 원칙이 관철될 바탕을 만드는 진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비치기 쉽다. 우선 북한 정권 교체 수단의 하나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국제사회 일부 흐름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악의 축’이라는 근본주의적 발상은 북한 인권 개선은커녕 오히려 독이 된다. 아울러 북한이 체제 동요 우려를 떨치고 평화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정치·군사와 경제·인권 사안을 분리하고, 정부보다 민간 교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 그 자체로 인권 개선이자 인권 의식을 키우는 주요 바탕이다.
북한 인권 개선의 가장 큰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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