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7 18:59
수정 : 2006.11.17 18:59
사설
대학병원 교수들이 전공의(레지던트)들을 욕하고 때리는 일이 여전하다고 한다. 한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민원을 제기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함으로써 알려진 이야기다. 비록 일부에 국한된 일일지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사라고 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류층에 속한다. 이런 의사들 사이에서 아직도 폭력이 난무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폭력은 학력이나 생활 수준이 낮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수련의나 전공의들을 선배 의사나 교수들이 엄하게 가르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나태하거나 부주의해서는 안 된다. 의사의 실수는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의 폭력이나 폭언을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폭력과 같은 성격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있다. 엄한 가르침과 폭력적 가르침의 경계는 그리 분명하지 않고 뛰어난 인격자라고 하더라도 이 경계를 철저히 지키긴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단순 폭력을 구별해낼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사회 곳곳에서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이 덕분에 일상적인 폭력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아직 일부 의사들은 단순 폭력을 교육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용납될 수 없다.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의사의 특수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뿐 아니라 의사 사회의 폐쇄성도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의사들의 강한 집단 결속력이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는 걸 꺼리게 만들고 그래서 폭력 관행이 이어지는 게 아닌지 성찰해 볼 일이다.
의사 사회의 폭력이 특히 문제인 것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를 정성껏 치료하려면 그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소중한 생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폭력에 시달리거나 많이 목격한 사람은 다른 이들의 생명을 경시해 폭력을 휘두르기 쉽다. 수련의와 전공의들을 환자를 아끼는 훌륭한 의사로 키우기 위해서도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의사 사회의 폭력 퇴치는 의사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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