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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7 19:02 수정 : 2006.11.17 19:02

사설

낸시 펠로시 의원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으로 확정된 데 이어 프랑스 사회당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세골렌 루아얄이 내년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선택됐다. 세계 정치의 중심지에서 이룬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은 다른 지역 여성 정치인이나 유권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로 확정된 루아얄의 승리에는 눈여겨볼 점들이 있다. 사회당 내 비주류에 속하는 루아얄은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14개월 전까진 대선 예비후보에도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한 정치인이었다. 1992년부터 1년 동안 환경부 장관을 맡은 것이 유일한 장관 경력이고, 리오넬 조스팽 정부에선 교육부와 가족청소년부 차관을 맡은 게 고작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우상파괴 주의자로 자처하며 주류정치의 문법·금기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는 지난 4월 ‘미래 소망’이란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정강 제1장을 발표한 후 유권자들에게 나머지 정강 작성에 직접 참여하게 해 모두 10장으로 이뤄진 정강을 완성했다. 그 결과 정치인을 감시할 시민 배심원단 도입, 주35시간 노동제 폐지, 불량 청소년에 대한 군 훈련 등 정통 사회당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 정책목표로 채택됐다.

물론 이들 정책의 방향성이나 현실성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없지 않다. 실제로 정통 좌파들은 그를 대중추수 주의자 또는 파산한 블레어주의 아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루아얄의 접근이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다시 정치 쪽으로 돌려놓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만여명이 새로 등록한 당원들이고, 그들의 지지가 승리 견인차였다. 유권자들은 루아얄이 시도한 직접민주주의 실험 속에서 현실정치에서 소외돼 왔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을 가능성을 본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까지는 5개월 넘게 남았다. 사회당이 결선투표에도 나가지 못했던 2002년의 악몽을 극복하고 루아얄이 내년 대선에서 프랑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현단계에선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사회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보여준 그의 새로운 정치적 실험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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