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9 18:32
수정 : 2006.11.19 18:32
사설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대검 중수부 간부들이 사석에서 따로 만났다고 한다.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2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다. 법원과 검찰이 공개석상에서 서로 비난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을 보이는 것보다 직접 만나 차분하게 얘기를 풀어보자는 것이 문제될 게 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판사와 검사는 정치인이 아니다. 특히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한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검찰 쪽과 따로 만나 협의했다는 처신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판사는 구속·불구속만 결정하는 게 아니다. 경우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또 사회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구실을 한다. 이 때문에 판결은 물론 개인적 처신도 엄정해야 한다. 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따로 만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검사들과 저녁식사가 가능하다면 변호인들과의 식사 또한 안 될 게 없다. 거기에 학연·지연·혈연이 걸친다면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는가?
검찰 역시 자성해야 할 대목이 많다. 영장이 기각됐다면 이를 충분히 보완해서 재청구해야 할 일이다. 공개적으로 법원을 비판하고, 법조인들에게 법원의 부당함을 알리는 전자우편을 보내고, 감정적으로 영장을 그대로 청구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본연의 자세를 벗어나는 일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도 안 된다. 특정한 정보를 흘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면 그것만큼 위험천만한 일이 없다. 법원과 힘겨루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수사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양쪽은 론스타 사건 처리를 둘러싼 협상이나 흥정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서로 견해 차이를 확인했을 뿐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이 만남이 형사수석 부장판사의 제안으로, 영장전담 판사까지 대동한 상태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법관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만큼 무감각하다는 얘기다. 법원이 론스타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무시돼 왔던 불구속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법과 원칙을 바로세우려 한다면 판사들의 처신도 그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 법원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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