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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3 19:03 수정 : 2006.11.23 19:03

사설

한국은행이 예금은행에 적용할 지급준비율을 올렸다. 오랜 기간 창고에 넣어두었던 수단을 꺼내 든 것은 조금은 뜻밖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이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장작 구실을 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터라, 궁여지책으로 지급준비율 조절로라도 통화량을 빨아들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처럼 정공법은 아니나, 통화량 수습 의지를 보인 건 반길 만하다.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은행권은 5조원 정도 지급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한다. 광의통화(M2) 기준으로 통화승수가 26배라고 하니, 100조원 넘게 통화량이 줄 수도 있다. 9월 말 통화량이 1112조원인 데 견주면 10% 가량 줄일 수 있는 조처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 최대치고,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보다 영향은 훨씬 적다”고 한 이성태 한은 총재 말처럼, 시중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에 보내는 신호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낼 듯하다.

관건은 통화량을 줄이겠다는 한은의 의지다. 우선은 12월에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을 제대로 쌓지 않을 때 어떤 제재를 내릴지가 가늠자가 될 것이다. 만약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 부족분을 메워준다면 하나 마나다. 과도한 제재로 자금시장이 위축되지 않게 해야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도로 압박해 통화량을 줄이는 실질적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동산 광풍에도 한은은 팔짱 끼고 있냐’는 질책을 모면하려는 시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콜금리 목표를 1.25%포인트 올렸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통화량 증가율은 여전히 10%를 넘나든다. 외환 부문에서 통화 증발이 계속되는 탓이 크다고는 하나, 여전히 저금리이고 시중에서 한은의 의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은행권 영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지급준비율 정책을 마냥 쓸 수는 없다. 통화량이 기대만큼 수습되지 않으면 결국은 금리정책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지급준비율 인상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12월을 지켜 볼 일이나, 기대에 미치지 않았을 때 한은이 계속 주저해서는 안 된다. 행여 이번 지급준비율 인상이 콜금리 목표 인상 압력을 피해 보려는 방편으로 이뤄진 게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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