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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3 19:09 수정 : 2006.11.23 19:09

사설

그제 전국에서 벌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에서 폭력 사태가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대전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심하게 충돌했다. 이 와중에 충남도청 울타리가 불타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이런 격렬한 시위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분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특히 농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두고 느끼는 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계속 농업을 희생하더니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농업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거냐는 농민들의 불안감은, ‘농민의 자식’들인 대다수 도시인들도 공감하는 바이다. 오죽했으면 도지사들에게 협상 중단 건의를 요구하려고 도청으로 몰려갔겠는가.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의 심정도 절박함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뜻을 확실히 표시하기 위해 꼭 폭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시위대 쪽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경찰의 강경 진압이라는 ‘더 큰 폭력’은 놔두고 시위대의 ‘사소한 대항 폭력’만 문제삼느냐고 항변할 게 분명하다. 이런 항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엔 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이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민주주의가 꽤 진전된 요즘은 그렇지 않다. 시위에 따른 교통체증까지는 감수할 수 있지만 폭력은 곤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시위에 폭력이 개입되면 시위대의 주장이 호소력 있게 대중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시위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서라도 폭력만큼은 피해야 한다.

시위대의 폭력을 자극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 경찰은 자식같은 전·의경들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할 때 농민들이 어떤 심정일지 헤아려야 한다. 또 시위대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방해하면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기 마련이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회 금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옳지 않다. 위법 가능성을 내세워 집회를 미리 막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벌하면 될 일이다. 폭력 시위 엄단만을 외치는 세력들 또한 자중해야 한다. 강경 대응은 폭력 시위를 줄이기보다 도리어 부추기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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