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4 18:43
수정 : 2006.11.24 18:43
사설
전국교직원노조의 연가투쟁이 비교적 조용히 끝났다. 격렬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시위에 묻힌 탓도 있지만, 교사 참여가 많지 않았던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육 당국이 참가 교사 전원에 대한 징계에 들어가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현안은 풀지 못하면서, 문제만 만들어내는 것 같아 착잡하다.
이번 사태의 중심엔 교원평가 문제가 있다. 징계나 투쟁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수단일 뿐이다. 그 자체가 목적일 순 없다. 교원평가 투쟁이나 징계도 마찬가지다. 목적에 충실해야지 새로운 문제를 빚어내선 안 된다. 현시점에서 징계는 새로운 충돌을 불러일으키거나, 합리적 문제 해결을 저해할 뿐이다. 당국이나 교사·학생·학부형 두루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불법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규정에 따라 불이익을 줘야 한다. 시끄럽다고 눈감아서는 안 된다. 문제는 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시위에 가담한 것이 불법 부당한 것인지 명확지 않다는 데 있다. ‘연가투쟁은 불법’이라는 것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등식일 뿐이다. 공무원이건 직장인이건, 연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쓸 권리가 있다. ‘공무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만 제한받을 뿐이다. 이번에 교사들은 교환수업 등을 통해 수업 결손을 미리 해소했다. 불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연가를 불허하고, 무단결근 운운하며 협박을 한 것이 위법부당한 권한 남용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시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생산적인 논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가투쟁은 전교조한테도 학교 안팎의 여론을 살피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전교조는 애초 7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회가 9000여곳에 이르니,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참여자는 2727명에 그쳤다. 교사들이 교원평가 반대 연가투쟁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을 잘 보여준 셈이었다. 이들의 부담감을 전교조가 외면해선 안 된다.
교육 당국도 마찬가지다. 여론만 믿고,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평가 대상이자 주체인 교사들이 불신하고, 거부하는 한 평가제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평가안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평가 기준도 불명확하고, 기존의 근무평정제도(근평)의 문제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은 징계를 따질 때가 아니다.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교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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