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6 18:55
수정 : 2006.11.26 18:55
사설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아·태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된 한겨레-부산 심포지엄 2회 행사가 지난 주말 ‘북 핵실험 이후 동아시아의 평화실험’이란 주제로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열렸다. 부산시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각국의 중앙 정부가 동아시아의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와 지자체가 어떤 독자적 또는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테마로 다뤄졌다. 중앙 정부 차원의 대립·반목이 계속되더라도 도시 간의 교류 접촉이 활발하면 분쟁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나 지역문화제를 통해 동아시아의 문화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방안, 꿈으로만 여겨졌던 ‘철의 비단길’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조건과 과제들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그렇지만 논의의 중심은 역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모아졌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고조된 이 지역의 정치·군사적 위기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려는 어떤 논의들도 현실성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에 대한 단세포적 해석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우리의 지적 풍토를 고려하면 문제의 다면성과 모순의 복합적 구조가 심도 있게 논의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북핵 문제가 조지 부시 미국 정부가 ‘깡패 국가’나 ‘악의 축’으로 지칭했던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지적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존 핵 보유국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맹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부과된 핵무기 감축 의무를 까맣게 잊고 있는 현실은 핵무기 폐절을 위한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각성이 요구된다.
이틀간의 일정에서 가장 대중적 관심이 쏠린 모임은 6자 회담 우리쪽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일본·러시아 대사의 토론마당이었다. 중국 대사가 불참한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서울에 주재하는 6자 회담 주요 참가국 대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의견 교환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대사들은 방청석 질문 등을 통해 동아시아 전역의 군사적 전개를 줄이고 북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았다. 회의장에서 나온 간절한 기원들이 본국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돼 곧 재개될 6자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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