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7 18:50
수정 : 2006.11.28 01:20
사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전격 철회했다. 전 후보자도 “더 이상 헌재소장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며 사퇴 뜻을 밝혔다. 이로써 일단 장기간 정국 교착의 요인이 됐던 헌법재판소장 문제는 정치적 결단의 형식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정국 교착의 책임을 고스란히 전 후보자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좋지 않은 정치적 선례를 남겼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누차 지적해왔듯이 헌법재판소장 임명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와 국회, 특히 한나라당에게 있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일차적으로는 애초 안이한 법 해석과 판단으로 절차 논란과 편법 시비를 야기했던 청와대 탓이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보정을 거쳐 절차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뒤에 보여준 한나라당의 태도는 더 문제였다. 한나라당은 ‘코드 인사여서 전효숙은 어쨌든 안 된다’며 막무가내식으로 국회에서의 합법적 처리를 저지해 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단체 야3당이 낸 중재안까지 거부한 채 표결처리까지 막았다.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정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철회로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는 내년 대선에서 집권 가능성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오히려 이번 일을 진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합법적인 절차와 의회주의 원칙을 벗어나서 생떼쓰기식 투쟁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책임을 방기한 힘의 과시가 나중에는 부메랑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번 일로 인한 정치적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청와대와 여야가 나서야 한다. 이재정 통일장관 내정자와 송민순 외교장관 내정자,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등에 대한 정치적 투쟁을 그만둬야 한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고려하는 성숙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일처리 미숙으로 비록 무산됐지만, 청와대가 제의했던 정치협상회의 정신은 살려서 원활한 정국 운영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아울러 그동안 전 후보자가 겪었을 심적인 고통과 상처에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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