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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8 19:12 수정 : 2006.11.28 19:12

사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1년 용산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이 지금까지도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다. 발암물질인 벤젠은 2004년 11월 첫 조사 때보다 더 많은 양이 나오기도 했다. 기준치보다 무려 1988배나 많은 곳도 있다고 하니 끔찍하다. 일단 오염된 환경의 치유가 얼마나 어려운지 웅변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양수정 두 곳을 뚫어 기름을 계속 퍼올렸다. 그러나 지하수는 여전히 기름범벅이고, 앞으로 5~10년 더 퍼올려야 한다고 한다. 오염된 지하수와 주변 토양으로, 용산 미군기지 땅밑 세계는 사실상 죽어버린 셈이다. 오염자인 미군은 뒷짐을 지고, 서울시만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딱하다. 이보다 더 딱한 것은, 녹사평 지하수 오염은 전체 미군기지 오염에 견주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주한미군은 파문을 우려해 반환예정 기지의 토양 및 지하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피했다.

이미 미군 기지 15곳이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오염을 치유했으니 가져가라는 주한미군의 일방적인 통보를 정부는 고분고분 받아들였다. 얼마나 오염됐고 치유됐는지 조사 혹은 검증도 하지 못했다. 미군이 한 일이란, 고작 지하 기름탱크나 불발탄 등 눈에 보이는 유해물질만 제거한 것이었다.(비용은 19억원) 유출된 기름과 유독 화학물질로 말미암은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은 손도 대지 않았다.(제대로 복원하는데 5천억 여원이 든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생각해 작은 것을 양보했노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양보에도, 그 동맹이 공공해졌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미군의 요구는 늘고,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소리만 높아진다. 앞으로 돌려받을 기지가 44곳이나 더 있다. 정부는 미군과 오염 치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미 한번 굴복한 정부가 원칙을 바로세울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1992년 수비크 기지를 돌려받은 필리핀의 경우, 기지 재개발 과정에서 석면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가 달마다 네 사람꼴로 사망했으며, 10년 동안 수비크의 한 병원에 접수된 백혈병 환자만 320명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정부는 참고해야 한다.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에 따른 오염자 복원이라는 세계 공통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원칙 속에서 신뢰가 쌓이고, 신뢰 속에서 동맹은 공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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