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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8 19:13 수정 : 2006.11.28 19:13

사설

최근 치러진 사법시험 최종 면접에서 7명이 탈락했다. 1·2차 면접에서 ‘예비 부적격자’로 분류된 26명을 별도로 면접한 뒤 최종적으로 불합격자를 걸러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탈락자가 1명에 불과했던 요식적인 면접 전형을 올해부터 대폭 강화한 결과다.

면접을 강화한 취지는 단순한 법률지식뿐 아니라 법조인으로서의 자질과 인성, 윤리의식 등을 폭넓게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응시생들이 전하는 실제 면접 내용과 기준은 전혀 딴판이다. 일부 응시생은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계속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일부 면접관은 ‘금강산 관광으로 누가 혜택을 보느냐’, ‘우리의 주적은 누구냐’며 응시생을 몰아붙이는가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나 전교조의 연가 투쟁에 대한 소신 발언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도대체 북핵, 금강산 관광, 주적 문제 등이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이나 품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예비 법조인의 일차 덕목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열린 태도와 균형감이다. 누구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옹호해야 할 이들이기도 하다. 이런 자질을 높이 평가해야 할 면접관들이 오히려 이들의 소신과 양심을 짓밟은 꼴이다. 나아가 편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잣대로 폭력적으로 사상 개조를 강요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법무부는 문제의 답변 때문에 최종 불합격된 응시생은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심층면접에서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소신을 굽힌 덕분이었다. 한 응시생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준법서약서를 썼다”며 자책감을 토로했다. 법과 양심을 삶의 좌표로 삼아야 할 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셈이다. 면접 위원은 현직 판·검사를 포함해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받아야 할 이들이 정작 누구인지 스스로 되물어 보길 바란다.

근본적인 문제는 몇마디 단답형 질문으로 이른바 국가관을 저울질 하겠다는 발상이다. 면접 위원들의 일방적 성향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좌우되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는 앞으로 면접 전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데, 그러기에 앞서 면접관의 자질부터 검증해 봐야 할 터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면접 전형의 비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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