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8 19:14
수정 : 2006.11.28 19:14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할 수도 있다는 뜻의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인사권에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열린우리당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뒤,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여차하면 관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앞뒤를 둘러봐도 꽉 막힌 형세이니 노 대통령으로서는 많은 답답함과 무력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다시피 하는 한나라당과, 대통령한테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공세를 취하는 열린우리당 등 어느 쪽도 기댈 구석이 없다. 게다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와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도 죄다 거절당하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체통도 말이 아니게 됐다. 이러니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2003년 5월)이 다시 들었고, “2선 후퇴나 임기 단축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2005년 8월)도 또 떠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탈당도 책임정치 정신에 어긋나는 발상이지만, ‘여차하면 그만두겠다’는 식의 발언을 던지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대통령을 뽑는 것이나 그만 두게 할 수 있는 쪽은 국민뿐이다. 일부에서 분석하는 것처럼, 만일 노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을 향한 불만의 표시와 함께 어떤 요구를 담은 정치권 압박용으로 중도 사퇴 카드를 사용하려 한다면 그 역시 옳지 않다. 건국 후 잦은 헌정 중단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외부 힘으로든 내부 작용으로든 헌정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번 탄핵 때 국민 다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한테 분노했던 것도 인위적인 헌정 파괴를 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 참여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진짜로 화나고 분노할 사람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부동산 값 폭등과 교육문제 등에 시달리는 국민이다. 임기도 1년 넘게 남았다. 정녕 무력감에 빠져 스스로 주저앉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