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9 19:04
수정 : 2006.11.29 19:04
사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61년 조용수 민족일보사 사장 처형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과 재판부의 부당한 법률 적용과 불법구금 등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 국가에 재심을 권고한 것이다. 5·16 군사쿠데타 세력은 혁신계를 대변하던 <민족일보>를 북한 동조세력으로 몰아 강제 폐간하고 조씨를 처형했다. 군사정권의 대표적인 진보세력 탄압 사건이 45년 만에 명예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출범한 진실·화해위의 첫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여러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입법 과정에서 강제조사권이 삭제됐고, 동행명령권과 청문회는 휴짓조각이 됐다. 예산과 인력은 애초 계획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진실 규명을 좌초시키려는 세력이 많았던 때문이다. 그러나 위원회에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권위주의 시절을 거치며 뒤틀린 과거사를 소명해 달라는 7600여건의 진정이 들어와 진실 규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갈길이 멀고 험하지만, 진실 규명의 역사적 소임에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악조건이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해당 기관들은 진정으로 과거사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각종 의혹사건을 자체 조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 조사와 자료 제출엔 미온적이다. 적당한 수준의 자체 조사로 면죄부를 받겠다는 셈법이라면 역사에 두 번 죄를 짓는 일이다.
위원회의 재심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이를 받아들이는 건 법원의 몫이다. 까다로운 재심 사유에 묶여 지금까지 법원을 통해 진실을 되찾고 정당한 배상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국가배상의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의문사위원회의 조사를 재심 사유로 인정하는 등 전향적인 판례가 나오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이 잘못된 법원 판결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만큼 적극적인 재심 결정을 기대한다.
진실 규명 없이 용서와 화해를 바랄 수 없다. 폴란드의 과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국민한테 알리고 바로잡을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잘못된 과거를 미래 세대에서 반복하지 않고 사회 통합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과거사 진실규명 노력을 끊임없이 헐뜯고 왜곡하는 이땅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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