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1 18:47
수정 : 2006.12.01 18:47
사설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났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사실상 양자 협상이라고 할 정도로 이틀에 걸쳐 집중 협의를 벌였다. 딱 부러지는 결과물은 없지만 솔직한 생각을 충분히 나눈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6자 회담의 성패는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만큼 사전 접촉은 많을수록 좋다.
이번 회동에서 미국 쪽은 북한이 해야 할 초기 이행조처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등 핵시설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 수용, 핵관련 프로그램 신고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과거 제네바 협의보다 회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리가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및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풀 것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쪽 다 상대방에 대한 요구에 치중한 셈이다. 물론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에너지 제공을 포함한 경제지원 등도 거론했다고 하지만 이는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초기 사태 진전의 직접적 실마리가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접촉을 긍정적으로 보는 첫째 이유는 양쪽의 진지한 태도에 있다.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10여 시간에 걸친 협의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에게 명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대북 강경책에 기울어져 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이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국전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할 뜻이 있음을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북한 역시 과거처럼 일방적 주장만을 되풀이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과 중국 역시 중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북한과 미국이 첫단계에서 동시에 이행해야 할 조처를 비롯해 순조로운 회담 틀을 짜는 데 외교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6자 회담 성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회담 초기에 불신의 장벽을 낮춤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 기조가 협상 중시 쪽으로 돌아서고 지구촌의 기대도 높아진 지금이 바로 적기다. 한걸음 더 나아간 접촉이 곧 다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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