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1 18:48
수정 : 2006.12.01 18:48
사설
“마녀사냥이 또 시작됐다.” 이른바 ‘포르노 찍은 영어강사’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 폭력을 개탄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다. 캐나다 유학 시절 포르노를 찍은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게 된 이 영어강사는 사회에서 매장될 처지에 놓였다. 얼굴 사진은 물론이고 본명과 일하는 학원, 출신 학교 따위가 속속들이 파헤쳐지고 있다. 공인도 아닌 개인의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침해하는 건 야만적인 폭력일 뿐이다.
일방적인 매도가 쏟아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른바 ‘개똥녀’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여성은 단지 포르노를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쓰레기쯤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런 비난에는 여성 비하 심리도 개입되어 있는 듯하다.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음란물을 공급하다가 적발된 이른바 ‘김본좌’가 인터넷에서 영웅처럼 취급되던 걸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여성이기에 더 쉽게 사생활을 까발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책임을 온통 ‘몰지각한 네티즌’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개인 정보가 유출될 여지를 철저히 봉쇄했어야 할 경찰과 언론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경찰은 경찰청 제보 게시판에 올라온 글 때문에 수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따위의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걸 그대로 보도했다. 이렇게 지나치리만큼 상세한 사건 공개는 그 자체로 문제다. 그런데 한 블로그 이용자가 정리해 놓은 사건 경위를 보면, 사소한 듯한 이 사실이 개인 정보 유출의 실마리였다고 한다. 내용인즉, 인터넷 이용자들이 제보 게시판을 샅샅이 뒤져 제보 내용을 확인했고, 제보에 언급된 영문 닉네임을 근거로 개인 정보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개인 정보 유출의 책임은 제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경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경찰은 제보 내용이 정말 유출됐는지 분명히 확인해서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문책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인터넷 실명제를 정당화하는 사례로 활용하는 건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언어 폭력과 개인정보 유출의 주된 무대는,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실명을 확인하는 포털들이다. 실명제가 폭력적 댓글을 막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인터넷 폭력은 이용자의 자발적 노력과 사회적 여론 형성, 인터넷 사이트들의 협력 따위를 통해서만 뿌리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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