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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3 19:46 수정 : 2006.12.03 19:46

사설

본격적인 영하의 추위가 시작됐다. 겨울나기가 힘든 서민과 빈곤층의 걱정도 깊어질 때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리고,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기업체와 구호·봉사단체들이 도심 달동네에 연탄과 김치를 배달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구세군과 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몇 해째 목표액을 훌쩍 넘겨왔다. 각박한 삶 속에서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손길은 더 많아진 것이다. 공동체의 온기를 유지하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건 일반 시민들의 소액 기부가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이다. 단체나 기업에 대한 성금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얘긴데,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가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부와 성금은 허술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 엄밀히 따지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하는 셈이다. 소액 다수가 참여할 때 제뜻에 맞게 나눔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적이고 일상적인 기부문화 정착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9월 민간 차원의 기부금품 모집 기준 등이 조금 완화됐지만, 기부금의 소득·세액 공제 대상과 수준은 선진국에 견줘 한참 뒤진다. 10만원 이하 정치 기부금 전액을 세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는 서둘러 도입하면서, 일반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에는 왜 그리 인색한가? 기부금 감세 대상과 혜택이 조금만 더 넓어져도 기부문화는 훨씬 더 활성화될 것이다. 기부금의 75%가 연말에 집중되는 현상 또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민간의 인색한 기부 문화를 탓하기 전에 제 할 일부터 되돌아 봐야 한다.

기업들의 기부문화도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 대부분 세밑새해나 자연재해 때 생색내기용 일회성 기부에 그치거나, 사회적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사회공헌기금 따위에 머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몇몇 대기업들이 기부와 봉사를 경영의 일부로 보고 전담조직까지 말들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얼마 전 여든살인 한 할머니는 정부 지원 생활비를 틈틈이 모아 장학금 300만원을 내놨다. 트럭 한 대가 전재산인 건축자재 배달꾼은 달동네 이삿짐을 9년째 거저 날라준다고 한다. 도움받을 처지에 남을 돕고 사는 이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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