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3 19:46
수정 : 2006.12.03 19:46
사설
나라 밖에서 이뤄지는 국민들의 씀씀이 규모가 놀랍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7~9월)에 개인들이 국외에서 소비에 지출한 돈이 4조6361억원에 이르렀다. 전국민의 가계소비 지출액 90조9천억원의 5.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요한 것은 그 규모가 날이 갈수록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3분기에 2.65%였던 국외 소비 비중이 5년 만에 갑절로 늘어났다.
외환 보유액도 많고,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920원대까지 떨어졌으니 돈 쓸 기분이 날 것이다. 정부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가 국외로 빠져 나가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찌들리는 것은 국내 소비다. 올해 3분기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소비지출이 줄고 있는 가운데 국외 소비만 급증하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가 쉬 늘어날 수 없는 까닭이다. 장사 못하겠다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출 3천억달러 돌파니,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도래니 하는 희망찬 구호들이 귀에 선뜻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지출 자체를 탓할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이를 국내로 유도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레저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내에 사치향락 산업은 많지만 경쟁력 있는 휴식·놀이·문화 산업은 드물다. 소득 수준이 올라간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건전한 소비에 기여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금융지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급증하는 국외 소비지출 가운데 막대한 비용이 유학, 연수비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학교 교육의 현실 속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정부가 하루빨리 해답을 줘야 할 상황이다. 국민 개개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연수와 유학에 우리처럼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없다. 국외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자녀들이 훌륭하게 성장한다는 보장도 없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학이나 연수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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