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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4 19:02 수정 : 2006.12.04 19:49

사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가볍게 3선에 성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일부에선 그를 포퓰리스트로 깎아내리지만 그가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눈여겨볼 점들이 많다.

1998년 처음 대선에서 승리한 후 차베스가 쿠데타 기도 등을 극복하고 3선에 성공한 첫번째 이유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빈곤층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세기 남미 혁명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의 좌익 민족주의(볼리바리즘)에 심취했던 차베스는 독립 이래 가난한 이들에겐 달라진 게 없었다며 볼리바리즘의 완성을 내걸고 98년 대선에 나서 승리했다. 취임 직후 그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사회보장 체계, 알루미늄·석유 관련 사업 민영화 계획을 중지시키는 한편, 엘리트 주도의 양당 정치에서 소외돼 왔던 일반 민중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국민소환제 등을 도입하고 대통령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을 단행했다. 2000년 새 헌법에 따른 선거에서 재선된 그는 강화된 권한을 바탕으로 사회복지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정부지원 건강보험 제도, 대학 무상교육·모든 성인에 대한 무상 재교육 제도 도입 및 아마존 원주민에 대한 토지분배를 비롯한 토지 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지지층을 결속시켰다.

둘째는 경제정책에선 실용적인 접근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쿠바 혁명을 숭배했지만 경제정책에선 쿠바식 사회주의 대신 국가주도 자본주의 방식을 채택했다. 자본통제를 통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고공행진을 하는 유가 덕분에 늘어난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수입대체 산업을 이끌 소규모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에 사용했다. 그 결과 2004년에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005년에도 9.3%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의 이런 성공 뒤엔 그늘도 있다. 빈곤층 위주의 정책으로 빚어진 계급적 갈등으로 사회가 양분되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독재로 흐를 위험이 다분하다는 점 등이다. 특히 차베스가 주변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독선에 흐르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결국 볼리바리즘 구현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는 그의 꿈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6년 동안 그가 이런 우려를 얼마나 극복해내느냐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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