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5 19:41
수정 : 2006.12.05 19:41
사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인 존 볼턴 유엔대사가 그제 사임했다. 한 달 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져 의회 인준 전망이 어둡다는 게 주된 이유다. 중간선거 직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경질된 것과 맥락이 통한다. 이런 움직임을 하나로 꿰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에 대한 파산 선고다.
그간 행적을 보면 볼턴의 퇴장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는 “유엔이라는 것은 없다”면서도 유엔대사 직을 수행해 왔다. 유엔은 미국의 패권을 보조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를 피해 지난해 여름 의회 휴회 중에 그를 임명하는 편법을 썼다. 볼턴은 열렬한 이라크 침공 지지자이자 북한 붕괴론자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다자간 군축협상인 유엔 생물무기 회의를 무산시키는 데 핵심 구실을 했고, 국제형사재판소 설치 반대를 주도했다.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은 그가 유엔대사로 있으면서 북한과 이란의 핵 계획을 억제했다는 궤변을 편다.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그를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유엔 고위직에 다시 임명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라크 정책 수정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부시 행정부는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 방향 전환에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무력에 의한 중동 재편이라는 일방주의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해답이 나오기는 어렵다. 미국은 신속한 철군과 함께 중동 나라들 스스로 안정된 질서를 꾸릴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도와야 한다. 강경파가 약해진 지금, 민주당 지배 의회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 등 이른바 현실주의자들은 그 구체적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이기도 하다.
일방주의는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에서도 큰 걸림돌이 돼 왔다.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한 진지한 협상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행정부 안에서 협상론이 강해지고 있긴 하나 딕 체니 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강경파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압박 강화를 통한 북한 붕괴 또는 리비아식의 ‘핵 폐기 먼저’를 주장한다. 볼턴의 사임은 북한 핵문제에서도 이런 일방주의가 함께 퇴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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