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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6 19:27 수정 : 2006.12.06 19:27

사설

미국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성적을 조작하는 일이 일부 외국어고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유학할 대학에 제출하는 영문 성적표에, 학교생활기록부의 ‘미’에 해당하는 70~80점 이상을 모두 최고 등급인 ‘A’로 바꿔 기록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지침은 영문 성적표도 한국 성적표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정해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 합작에 의한 국제적인 대입 사기가 아닐 수 없다. 주연은 외고 유학반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저희들 멋대로 성적 산정 기준을 정해 학교에 수용하도록 통보한다. 학교가 할 일을 멋대로 전횡하는 행태나, 제 자식 좋은 대학 유학을 위해선 공문서 위변조도 주저하지 않는 발상이 어이없다. 교육기관 혹은 교육자로서 책무를 망각하고, 학부모의 불법적인 요청에 끌려다니거나 이를 수용한 학교 당국의 행태는 한심하다.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도 면책될 수 없다. 유학업계와 외국어고 안팎에 파다했던 조직적인 유학반 성적 부풀리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실제 교육부는 영문 성적표를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시·도 교육청에 꾸준히 보냈다고 한다. 불법 행위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책임회피용 공문만 보냈을 뿐이다. 교육청은 수수방관했다.

이제 미국 대학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이 사실을 소상히 보도하자, 미국 고교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관련 기사를 각 대학에 보내면서 미국 대학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자명하다. 미국 대학은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한국 등 아시아계에 할당한다. 한국 학생들의 내신 성적이 조직적으로 부풀려진 사실이 확인되면 한국계는 입학 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일부 부유층의 빗나간 행태로 말미암은 망신살을 얼마나 참고 견뎌야 하는지 화가 난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미국이나 중국에까지 진출해 부동산 투기로 시장을 어지럽혀 국가적 망신을 사게 했던 이들이다. 나라 안 교육제도를 흔들어 대더니, 이젠 외국의 대학 입학 제도까지 어지럽힌다. 어떤 이는 미국 명문대에 많이 보내 국위를 선양하는데, 그 정도는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하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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