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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7 19:25 수정 : 2006.12.07 19:25

사설

서울시 교육청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고교배정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고 한다. 지금은 학군 안에서만 학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강남 학생이 강북 학교에, 강북 학생이 강남 학교에 지원하고 또 배정될 수 있다.

서울 교육청은 강남북 학교 학력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했을 법하다. 일부 대학에선 현실적인 학력 격차를 이유로 은밀하게 학교 등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강남 집값 잡기 차원에서 광역학군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또 학교간 경쟁을 자극해 교육력을 높이는 효과를 고려했을 것이다. 호감·비호감 학교를 구분함으로써 학교를 자극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제도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유효한지 여부다.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그리고 즉각 반대 의견을 내놨다. 선호하고 기피하는 학교가 드러나는 게 싫은 탓도 있겠지만,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크리라는 판단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선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긴 했지만, 확대된 선택권의 혜택을 보는 학생은 30% 미만이다. 이보다 더 많은 학생은 먼 거리의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학력 차이는 강남북이라는 지리적 요인에 의한 게 아니다. 강북의 가난한 학생이 강남의 학교에 다닌다고 학력이 신장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력 차이는 사교육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 학교 교육은 변수가 되지 못한다. 강남의 학력이 높은 것은 사교육과 이를 가능케 하는 재력 덕택이다. 30%도 안 되는 비강남권 학생이 강남 학교에 다닌다고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유치하다. 유명 외국어고·과학고는 강북에 많다. 강남을 교육특구라고 하는 이유는 최고급 사교육 시장 때문이다.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세 단계에 이르는 지원·추첨·배정 과정에서의 혼란, 원거리 통학에 따른 학생들의 불편과 교통난은 별개의 문제다. 선호 학교가 서열화될 경우 학생이 느끼게 될 상실감과 자괴감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교육제도는 함부로 바꿔선 안 된다. 되돌리기도 힘들뿐더러 잘못된 제도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크다. 내년 2월 최종 결정한다니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고민이 있기를 기대한다. 목적에 맞는 수단(제도)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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