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8 19:11
수정 : 2006.12.08 19:57
사설
수입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한 업체들이 몇백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운이 나빠 걸리면 돈 몇푼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삐뚤어진 인식을 업체들에 심어줄 수 있다. 돈벌이를 위해 사람이 먹는 음식을 함부로 다루다간 큰코다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저질·불량 식품을 뿌리뽑는 지름길이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과 관련된 비리는 더욱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이상 조사해 지난 5월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등 19개 업체를 적발한 사건이다. 업체들은 중국·러시아 등 외국에서 수입한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이거나 국내 업체가 먼바다에서 잡아온 것처럼 표시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이 사건의 사회적 파장에 비하면 업체들이 받은 처벌은 너무 미약하다. 수협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몇몇 업체는 몇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한다. 이래선 음식 관련 비리를 추방할 길이 없다.
이렇게 된 건 경찰과 검찰의 사건 수사 과정상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애초 서울경찰청은 적발된 업체들을 일괄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는데, 중앙지검은 관할권 문제 때문에 업체별로 나눠서 각 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예컨대 수협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넘어갔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은 서울 강서경찰서는 관할 지역 업체들만 조사했다고 한다. 사건과 관련된 다른 지역의 중간 공급업체를 조사할 길이 없었다는 게 경찰쪽 말이다.
경찰에 적발됐다는 것만으로 유죄라고 단정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만약 사건이 용두사미 식으로 처리된 원인이 수사기관들의 협조 부족에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검찰과 경찰은 지역 관할권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한편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을 펴야 할 것이다.
또 처벌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바꾸고 당국의 관리·감독 체계도 재점검해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수산물의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건 어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