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8 19:11
수정 : 2006.12.08 19:11
사설
올 정기국회가 오늘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새해 예산안 처리는 법정기한(12월2일)을 한참 넘기고도 처리하지 못해 다시 연말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주요 법안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개혁법과 국민연금법 등 일부는 다행히 막판에 통과됐지만, 사법개혁법안 등은 11일부터 닷새 동안 열릴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이번 정기국회의 생산성도 매우 저조했다. 정기국회에서 처리한 법률안은 190여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이 아직도 29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올 정기국회 성적표가 이렇게 낮은 것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대결을 앞세운 여야의 정쟁 탓이 크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청문회 거부와 본회의장 점거 등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원활한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통합신당이니 열린우리당 강화니 하면서 정계개편의 방안을 놓고 당청 간 또는 의원들 간에 대립하는 등 내부 다툼에 힘을 소진했다.
더 큰 문제는 연말 임시국회 역시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사법개혁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사실상 연계할 뜻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명시적으로 연계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 지도부의 잇따른 발언을 보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이미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성의를 촉구하기 위해” 임시국회 첫날인 11일의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예산안의 법정시한을 넘기고, 수천건의 법률안까지 남겨놓은 상태에서 다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운영을 볼모로 잡으려 하는 발상이 놀랍다.
이러한 법안 연계 투쟁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참정치 운동과도 거리가 멀다. 법률안 하나하나가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으며, 사학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사학법 재개정을 예산안 등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더구나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한나라당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