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9월 이후 1년 넘게 중단돼온 6자 회담이 마침내 재개된다. 아직 공식발표는 없지만 회담 당사자들에 따르면 16일 또는 18일에 회담이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북한과 미국 사이의 두차례에 걸친 직접대화와 중국의 중재노력의 산물인 이번 회담은 그 재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회담이 중단된 15개월 동안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5차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본 틀인 9·19 합의를 채택했지만 그 직후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가했고 이에 맞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화의 중단과 대북압박이 북한의 굴복을 가져오는 대신 오히려 이 지역 안보불안을 가중시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다국 간 논의가 재가동된다는 것은 새로운 위기 조성을 막고, 기왕 발생한 위기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틀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이 성과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번 회담은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 모두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네오콘의 일방주의 대외정책 탓에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부시 행정부로선 남은 임기 안에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한다. 북한 역시 인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각 당사국, 특히 북한과 미국은 어렵사리 재개된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뢰형성 조처가 긴요하다. 미국은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신축적 태도로, 그리고 북한은 핵시설 가동중지 등으로 신뢰형성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까지를 목표로 하는 9·19 합의가 실현되기까지는 수많은 걸림돌이 놓여 있다. 관련 당사국들 사이에도 대북 제재를 비롯한 여러 문제에 미묘한 견해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하는 일은 이란 핵문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쟁을 해결하는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중요하다. 관련 당사국들은 상호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생산적 협상분위기 조성에 애씀으로써 회담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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