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0 19:02
수정 : 2006.12.10 19:03
사설
연금은 노후에 최소한의 삶의 품위를 지켜줄 최후 보루다. 연금은 고사하고, 자신의 소득을 저축해도 노후가 불안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반사회적인 행위의 유혹에 빠지고 나아가 그 행위를 집단적으로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아파트 값 담합이나 정규직만의 임금인상 투쟁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참여정부의 연금개혁을 보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성찰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유일한 연금개혁 논리는 돈 많이 들어가니 연금을 깎자는 것이다. 개혁에 바쁜 이들은 노후 불안이 가져올 사회적 부작용과 비용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이른바 국민연금 개혁은 기금고갈 시점을 2047년에서 2060년 초반으로 10여년 연장한 것이 전부다. 그 대가로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에도 부족한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 당연히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에서도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은 합리적 토론을 유도하기보다는 말초적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20년·30년 뒤 특수직역연금에 들어갈 돈이 수십조원이며 이는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그 돈이 정부예산과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준인지, 정확한 추계에 근거한 것인지 검증하는 노력은 없다. 수치가 조작됐다는 뜻이 아니라 재정 전망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사회가 공유해야 연금개혁을 둘러싼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특수직역연금 개혁에 앞서 공무원이나 군인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우할지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남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군인연금은 ‘합리적’ 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또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무원들에겐 합리적 연금을 주는 대신 부정부패를 가혹하게 제재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무원들도 연금 문제에 감정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국민연금의 연금액이 크게 줄고, 공무원 임금의 현실화가 상당히 진행된 점에 비춰 공무원들도 고통분담의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우를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직업윤리를 가져야 한다.
연금개혁은 단순히 보험료와 조세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성찰과 고뇌가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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