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0 19:03
수정 : 2006.12.10 19:03
사설
고콜레스테롤증, 당뇨, 고혈압, 비만, 심장병은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젠 어린이에게서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콜레스테롤증으로 진료받은 10살 이하 어린이가 2002년 1327명에서 2005년 1999명으로 3년 사이에 무려 21.8%나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비만은 5.9%, 당뇨는 3.4% 늘었다. 요즘엔 ‘어린이 성인병’이라는 명칭이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식생활이다. 기름기 많은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음식에 공통적으로 많이 포함된 게 동물성 지방과 트랜스 지방이다. 하버드의대는 1999년, 트랜스 지방은 몸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은 늘리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켜, 역시 몸에 안 좋다는 동물성 기름보다 두배나 더 해롭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심장협회는 2002년 하루 섭취 열량 중 트랜스 지방은 1% 미만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에 따라 덴마크는 2004년부터 가공식품 성분 가운데 트랜스 지방이 2% 이상 포함된 것은 아예 유통 판매를 금지시켰고, 캐나다는 2005년 12월, 미국은 올 6월부터 가공식품에 트랜스 지방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의 뉴욕시 의회는 최근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음식에 트랜스 지방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시카고도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 지방을 많이 쓰는 다국적 패스트푸드 음식업체들은 이를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대체 기름을 시험 중이며, 웬디스 케이에프시(KFC) 버거킹 타코벨도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태평스럽다. 어린이 건강에 경고등이 울리고, 성인병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규제 장치 마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12월부터 가공식품에 함유량을 표기하도록 하는 게 고작이다. 액체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트랜스 지방은 단순히 심혈관계 질병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 때문에 국민들은 쉽게 끊지 못한다.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가공식품의 함량을 제한하거나, 뉴욕처럼 음식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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