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과 언론개혁 시민연대가 각각 신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데 이어 어제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실상의 여당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 가지 안은 몇가지 쟁점에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신문법은 지난해 초 여야 합의로 제정되었으나 지난 6월 말 헌법재판소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 등을 두고 위헌 결정을 내려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할 때 법 개정 방향은 기본 취지를 유지하면서 위헌 조항을 손질하고 그동안 지적된 허점들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신문법의 취지는 신문의 자유를 보장하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인데, 이 취지는 극도로 왜곡된 신문시장 정상화와 언론 개혁을 위해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신문법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여론 독점 방지 장치인 신문 상호간 소유 금지와 신문·방송 겸업 금지를 폐지하고, 여론 다양성 보장을 위한 신문발전기금과 신문유통원을 없애는 것 따위가 핵심이다. 이는 일부 보수신문의 이익을 생각해 자신들의 정치적 합의조차 뒤집는 격이다.
신문법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여당의 개정안에도 문제가 있다. 방송과 뉴스통신사의 신문 지분 소유를 30%까지 허용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 금지 조항은 헌법재판소도 합헌 판정을 내린 사안인데다 여론의 소수 독점을 막을 기본 장치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대체할 개념인 ‘대규모 신문사업자’의 조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왜곡된 언론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개혁 시민연대의 개정안처럼 전국 신문의 지역신문 지배 규제, 특정 개인의 신문 소유 제한 등 구체적 방안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이다. 신문유통원과 신문발전기금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왜곡된 신문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일부에서는 신문법상 등록취소 사유에 신문법 위반과 경영자료 신고 거부 따위를 추가한 여당의 개정안이 마치 정부가 마음대로 신문을 폐간하려는 것인 양 표현하면서 법 개정 논의의 본질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의견 제시나 비판은 얼마든지 보장돼야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당리당략이나 사업자의 이해 관계가 아니라 언론의 공익성 개선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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