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3 19:02
수정 : 2006.12.13 19:02
사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부산 지역 정신병원 두 곳의 인권침해 실태를 공개했다. 의사의 진단도 없이 환자를 입원시키고 퇴원 기회를 제한하며 치료를 내세워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내용이다. 또 치료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도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인권침해가 몇 해 동안 지속됐지만 보건복지부와 부산시 같은 감독기관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정신병원이 과연 두 곳뿐일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감독기관이 병원의 실태를 파악해 고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병원에 대한 그동안의 처분은 의료인력 부족 등 일부에 국한됐고, 인권침해나 병원 운영 같은 문제는 방치됐다는 것이 인권위의 지적이다. 특히 한 곳은 이번에 함께 걸린 병원에 운영을 맡기긴 했어도 시립병원이었다. 시립병원조차 제대로 감독을 안 했는데, 다른 민간 병원들을 꼼꼼하게 감독했으리라고 어떻게 믿겠는가.
심지어 행정관청이 법을 지키려는 생각이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정신보건법에 규정된 떠돌이 환자(행려병자) 입원 절차를 어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은 두 사람 이상의 의사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해야 떠돌이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두 병원에 있는 떠돌이 환자 191명 가운데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은 이들이 80%나 된다고 한다. 불법적인 강제 구금이 자행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일반 환자 상당수도 크게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가족이 입원시킨 환자 가운데 27% 정도가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이 정신병자로 의심된다고 하면 그냥 입원시켰다는 이야기다.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계속 입원시킬지를 제대로 심사받지 못한 환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10년 넘도록 바깥 출입을 못한 환자도 있다니, 병원인지 감옥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다.
인권위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두 병원이 마치 ‘재판 없는 감옥’ 같았다고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물론 다른 정신병원도 모두 같으리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하지만 부실한 감독체계를 생각할 때 다른 병원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감독체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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