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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4 19:36 수정 : 2006.12.14 19:36

사설

장항 국가산업단지 조성은 대표적인 정치적 결정이었다.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전북의 새만금 매립과 군산산업단지 조성을 결정하면서, 충남을 배려해 장항산단을 포함시켰다. 처음엔 사업자도 정하고, 진입로도 내고, 피해 보상 작업도 했다. 그러나 토건족이 보기에도 전망이 불투명했던지 정부는 곧 사업을 유보했다.

그 상태로 17년이 흘렀으니, 사실상 중단된 사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새만금 매립, 군산산단에 자극받은 충남 쪽 정치인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거나 결의안, 공동성명을 잇달아 냈다. 주민들도 보조를 맞춰 궐기대회와 금강하구둑 점거 등 위력 시위에 나섰다. 다른 한편에선 삶터를 잃게 될 어민들과, 지역 환경단체가 부작용뿐인 매립사업의 포기를 주장하며 다수의 위력시위에 맞서고 있다.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말미암아 지역사회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다시 부각된 것도 정치권의 잘못된 신호 탓이 컸다. 물론 서천 주민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비슷한 시기에 결정된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이미 끝났고, 이웃한 군산산단도 올해 말 완공된다. 장항산단만 방치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말 직접 개펄에 와 주민들에게 ‘고무적인 신호’로 읽힐 만한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 이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긴박하지는 않았다. 그의 방문 이후 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이 단식에 들어가고 충남북 지사와 대전 등 시장들이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충청권 지자체 단체장들이 결의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주민이건 정치권이건 냉정해야 한다. 이 사업에 대한 관련 부처의 판단은 회의적이다. 경제성 전망부터 그렇다. 현재 충남 당진의 석문산단은 10년 넘게 방치돼 있고, 군산산단은 분양률 35%에 입주율 10% 남짓이라고 한다. 목포 대불공단엔 산업시설보다 유흥시설이 더 많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환경부나 해양수산부는 어패류 서식지로서나 철새 도래지로서 장항 개펄의 보호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며 매립에 반대한다.

잘못된 정치적 판단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정책을 오도해 국가적 피해와 혼란을 불러선 안 된다. 정치권은 대신 욕을 먹더라도 주민을 설득해, 사람과 자연을 모두 살리는 방안을 찾아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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