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5 18:43
수정 : 2006.12.15 18:43
사설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던 정진화 후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3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전교조가 아이들이 아닌 학교 밖 정치 현장에만 있었다는 안팎의 비판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결과로 보인다. 그의 바람대로, 전교조가 아이들과 학부모의 지지를 받는 ‘자랑스런 전교조’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전교조의 위상은 단지 대형 노동조합이라거나 막강한 사회단체라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전교조는 우리 사회에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게 한 끌차 구실을 했다. 전교조 하면 참교육과 민주화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금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사회의 눈초리는 차갑기만 하고, 현안과 진로를 둘러싼 분열상은 깊기만 하다. 이수일 11대 위원장은 중도에 사퇴했고, 장혜옥 위원장은 잔여임기만 채우는 데 그쳤다.
그 원인은 선거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교사의 철밥통을 지키는 자물쇠 구실만 하는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이 뿌리깊은 것도 사실인 만큼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는 어쩌면 교원평가나 차등 성과급제 등 교육부가 내놓은 어설픈 개혁안을 두고 반대 투쟁에만 몰두한 것으로 비친 탓이 클 것이다. 실제로 전교조는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거나 시민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계속된 투쟁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전교조의 고립을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조합원과 집행부, 조합원과 조합원 사이 소통 단절이나 비민주적 조직 운영을 지적하는 소리도 높았다. 중앙이 결정하면 현장은 따르라는 식의 관료주의적 병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조합원은 계속 줄었다.
어떤 집단보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전교조로서는 이런 눈총과 비판이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새 집행부는 왜 그렇게 비쳤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 위원장이 대안으로 ‘아이들 속으로’를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 과거 수천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등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전교조가 오히려 더욱 굳건해질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이들의 지지와 사랑 때문이었다. 밝은 눈으로,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나아가려는 움직임에 기대를 걸어본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