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5 18:45
수정 : 2006.12.15 18:45
사설
40억 아시아인의 잔치인 도하 아시아경기대회가 보름의 열전을 마치고 어제 폐막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대회 막판 무더기 금메달을 따내면서 일본을 제치고 3회 연속 목표를 이뤘다. 이번에도 종합 2위의 원동력은 사이클·볼링·펜싱 등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전이었다. 역도·배드민턴·탁구 등 금메달 유력 종목의 부진을 이들 종목이 만회했다. 대회 초반 승마 국가대표팀 김형칠 선수가 경기 도중 숨지는 불의의 사고를 딛고 선전한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종합 2위를 지켰지만 애초 메달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과의 격차는 4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중국은 지난 대회보다 한단계 높은 전력과 기량으로 전종목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우리에게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투자와 훈련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기초 종목의 부진과 열세는 여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육상과 수영을 정책 종목으로 분류해 집중 지원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육상은 창던지기에서 금메달 하나를 따내는데 그쳐 목표치인 셋에 미달했다. 수영은 3관왕을 차지한 박태환 선수를 빼고는 중국과 일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축구·야구·농구 등 국내 프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인기 구기종목의 부진은 더 실망스러웠다. 남자 축구는 결승에 오르기는커녕 3~4위전에서도 패했고, 야구는 대만과 일본에 잇따라 수모를 당했다. 게다가 일본은 사회인 야구와 대학 선수들로 짜인 팀이었다. 경기에서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문제는 결과보다 내용이다. 특유의 정신력도 보이지 않았고, 금메달이 멀어지자 선수들의 조직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스타급 선수들이 억대 연봉과 국내 인기에 안주한다면 아시아 맹주라는 자존심은 허상일 뿐이다. 국가대표라는 자긍심보다는 병역특례에만 눈독을 들인다면 진정한 스포츠인라고도 할 수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 때는 대표팀 구성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은 구성하지 못했다. 남북은 8번째 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대회 도중 남북 체육회담이 열렸고 베이징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논의했다. 올 연말쯤 다시 회담을 연다고 하니 스포츠를 통한 민족화해의 낭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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