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7 18:21
수정 : 2006.12.17 18:21
사설
중국 베이징에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5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를 앞두고 참가국 대표들이 주말에 다양하게 접촉했다.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회담인 만큼 지구촌의 관심도 크고, 기선을 잡으려는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도 날카롭다. 어느 쪽이든 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행위를 한다면 다른 참가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우리에 대해 가해진 제재가 해제되는 게 (9·19 공동성명 이행의) 선결조건”이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는 이번 회담과 병행해 별도 실무그룹에서 논의하기로 돼 있다. 공동성명 이행 방법을 다룰 6자 회담과는 협상 주체와 논의 구조에서 별개다. 김 부상이 말한 제재 속에 유엔의 대북 제재가 포함돼 있다면 더욱 부적절하다.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취해진 유엔 제재는 북한 핵 폐기가 진전되면 자연스레 풀릴 성격의 것이지 6자 회담의 선결조건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의 핵 보유국 주장도 6자 회담 기본틀을 흔들 수 있다. 핵 폐기를 규정한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속내를 의심하는 데는 미국 쪽에서 제공한 원인도 크다. 따라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미국도 북한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듯한 태도를 자제하고 북한의 우려를 씻어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금융제재가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 북한에만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처를 요구할 게 아니라 미국도 상응하는 구체적·단계적 행동 계획을 밝혀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 불안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이해가 북한에 전달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6자 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북-미 사이의 불신이다. 그래서 두 나라 모두 작은 조처조차 먼저 취하기를 꺼린다. 공동성명에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두 나라에 요구되는 것은 이 원칙을 실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다. 물론 한두 차례 만남으로 동시행동 일정표가 완성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적어도 대북 금융제재 문제 등 회담 장애물을 뛰어넘어 초기단계 동시행동의 틀을 잡는 데까지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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