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급식을 통한 집단 식중독 사건이 또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의 5개 시·군을 비롯하여 강원도 원주, 전북 전주와 정읍, 경남 울산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2월에만 이미 16건, 9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집단 사고의 원인으로 노로바이러스가 지목되고 있다.노로바이러스의 유행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에서 12월에만 6만여 환자가 발생해 이 중 노인 환자 넷이 숨졌다. 미국에서도 이달에 호화유람선 승객 380명이 집단 감염되는 등 환자가 연간 2300만명 정도 발생하고 있다. 유럽 아홉 나라에서도 올해 10월과 11월에 많은 환자 발생을 보고했다. 노로바이러스 유행은 적은 양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쉽게 변종을 만들어 사람들이 이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올해 새로 발견된 2종류의 변종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96년, 2002년, 2004년의 전례에 비추어, 새 변종 출현은 올겨울 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집단식중독의 원인균이 빠르게 변화하면 백신 개발 등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예방이 최선이다.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현실은 우리의 예방 및 관리 대책이 매우 허술하다는 증거다. 노로바이러스로 수도권 학교 31곳에서 3천명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는 사상 최대의 집단식중독 사고를 지난 6월에 겪었지만 아직도 관리체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 살균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해 물을 통한 오염 가능성이 높다. 물이 오염되면 채소, 과일 등의 농산물, 가공식품, 수산물 등 다양한 식품과 학교, 병원, 양로원, 유치원, 회사 구내식당, 음식점 등 다양한 장소를 통해 폭발적으로 전염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호텔과 전남 완주군 학교의 지하수가 오염돼 집단감염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상수원수를 포함한 강물이 노로바이러스에 널리 오염되어 있다고도 한다. 보건복지부 차원을 넘어 범정부적으로 물과 같은 근원적 감염 경로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관리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이번에는 3천명의 환자를 일으킨 씨제이(CJ) 학교급식 사고 때처럼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기술이 없다’는 식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며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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