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학생 열 사람 중 둘꼴로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각종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내놓은 수치다. 자주 당하는 폭력은 언어폭력, 신체폭력, 따돌림 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폭력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하굣길이나 동네 놀이터에서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폭력에 물든다는 건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성장기에 겪는 폭력의 여파는 자칫 평생을 갈 수도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폭력에 익숙해지면 폭력을 당연시하거나 스스로도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기 쉽다고 지적한다. 폭력은 학습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폭력의 확산을 막는 건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흔히 세 단계로 나눈다. 첫번째 단계는 학생들끼리 폭력을 휘두르는 단계, 두번째는 폭력이 교사에게까지 확대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은 기물을 파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단계다. 상당수의 선진국은 이미 세번째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하는데, 우리 현실은 첫번째에서 두번째로 넘어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폭력 확산을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세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딱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가정 환경, 학교 상황, 사회 분위기 따위가 모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대책 또한 복합적일 수밖에 없지만,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은 아무래도 학교 차원의 대처일 것이다. 폭력 가해 학생들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해 그에 걸맞은 교육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가해 학생들은 보통 다른 학생들에 비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가정에서 불만과 갈등이 많으며, 스트레스도 더 심하다고 한다. 이런 특성에 맞는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폭력을 거부하고 맞설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힘없는 아이가 당하는 걸 집단적으로 도와주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는 따돌림당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학교폭력은 급격히 줄 것이다. 그러자면 학생들의 자율성을 키워주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지시와 강압, 처벌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는 건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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