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19:47
수정 : 2006.12.20 19:47
사설
지하수 개발업자와 검사기관, 공무원이 결탁해 수질검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조작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가정과 학교, 마을 상수도 등 1400여 곳에서 수치 조작으로 검사를 통과한 오염된 지하수를 마셔왔다고 한다. 돈과 잇속을 챙기려 국민의 건강을 내던지는 반사회적 비리가 반복되는 현실이 참담하고 답답하다.
검찰이 밝힌 지하수 수질검사 실태는 구조적 비리와 부실투성이다. 수익에 눈이 먼 검사기관은 개발업자의 요구대로 수질 데이터를 조작했다. 검사도 않고 임의로 수치를 적어넣거나 아예 시료 자체를 수돗물로 바꿔치기도 했다. 민간업체뿐 아니라 대학 부설 연구소와 공공기관들도 조작에 가담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서류만 보고 사용 승인을 내줬고, 심지어 업자와 공모해 허위 공문서를 떼어주거나 뇌물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검은 공생관계가 구조적 관행이었다고 한다. 검찰이 비리를 파헤칠 때까지 이를 방치한 환경·보건 당국도 사실상 공범과 다를 바 없다. 비리 공무원의 형사처벌에 그칠 일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해당 기관의 지휘·감독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수치가 조작된 오염물질은 질산성 질소가 대부분이었다. 이 물질은 분뇨 오염 지표로 집단 식중독 사고의 원인 물질인 노로바이러스의 간접 지표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급식사고 이후 당국은 식자재 유통의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오염 지하수가 식자재 세척수로 쓰인 사실은 검찰이 밝혀낸 것이다. 위생 관리를 아무리 철저히 한들 먹고 씻는 물이 오염됐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죽하면 검찰이 노로바이러스를 검사 항목에 넣을 것을 보건당국에 건의했겠는가.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중요한 건 지하수의 안전이다. 우선 불안감을 키우지 않도록 당국은 서둘러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 인·허가권을 지자체로 넘기거나 점검 횟수를 늘리는 등의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대형 급식업체는 형사처벌을 면했다. 수천명이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셈이다. 민간업자와 인·허가권자들이 끼리끼리 봐주며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고와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결국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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