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19:47
수정 : 2006.12.20 19:47
사설
사회 각 분야 전문가 2800여명이 한국고속철도(KTX) 여 승무원들의 고용 문제를 올해가 지나기 전에 합리적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각계각층 연대 선언’을 그제 발표했다. 이 선언엔 노동·통일·학계·여성·법률·시민·문화예술 단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총망라돼 있다. 이렇게 사회 각계 인사들이 고속철도 승무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 6월8일 1000인 선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엔 ‘문화예술인들의 외침’도 함께 발표됐다.
각계 전문가들은 연대 선언문에서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문제가 계속되면 승무원 업무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승무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향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분야 학자들은 국정감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열차운행이 빈번하게 지연되고 있고, 언제 대형사고가 발생할지 모를 정도로 안전운행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을 없앨 수도 있다는 이철 사장의 말은 어느 모로 보나 옳지 않다.
철도공사는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새마을호 승무원에게도 케이티엑스 관광레저㈜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이에 항의하자, 이철 사장은 “생각이 달라질 게 없다”고 잘라 말했고, 수평적 분사에 대한 경영방침은 “옳고,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승무원들을 굳이 외주회사에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정부가 얼마 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외주 용역이 곧 비용 절감이나 경영 효율화라고 여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까지 철도공사가 주장해 온 승무원 직접고용 절대 불가 방침이 실질적인 주무 부처의 정책 방향과도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마당에 승무원들을 철도공사의 비정규직으로라도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를 마달 명분은 없다.
고속철도 여 승무원 문제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 문제가 압축된 상징적 사건이다. “운동권 몇 만명쯤 없애버려도 괜찮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니라면 고속철도 승무원 문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오는 25일이면 고속철도 승무원들이 파업을 시작한 지 300일째가 된다. 승무원들이 하늘에 날린 풍선에 적어 넣은 희망이 그 이전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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