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19:48
수정 : 2006.12.20 19:48
사설
기독교 사학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가 다시 불붙고 있다. 보수교단 연합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물론 예장통합 등 여러 교단 지도부가 단식농성 혹은 삭발까지 하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신중한 태도였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교회협의회)도 합류하면서 재개정 압박은 범기독교 차원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의 요구는 ‘투명한 재단’을 위해 신설된 개방형 이사제의 폐지로 집약된다. 교회협의회 안은 개방형 이사 추천을 학교운영위원회나 교수평의회가 아니라 재단이 소속한 종단으로 하자는 절충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종단이 재단의 뜻을 거부할 리 만무하므로,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하나, 개방형 이사제는 건학이념의 구현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건학이념이란 다름 아닌 선교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개정 사학법 시행령은 개방형 이사의 자격과 추천방법을 학교 정관에 위임하도록 했다. 이를 보면 각 학교는 개방형 이사의 자격을 ‘학교를 운영하는 종교재단의 종교인’으로 제한할 수 있다. 같은 교단 교인이 이사로 참여하는데, 선교활동이 어려워진다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재단 이사회를 마음대로 꾸려, 학교 운영을 마음대로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솔직할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 기독교 사학은 과도한 종교의식 강요로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엊그제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에게 가해지는 양심·종교의 자유 침해를 보다 못해 서울시 교육청에 시정명령 청구서를 냈다. 해고 등 극단적인 불이익도 예상되는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이 학교의 특정 종교 강요행위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 기독교 사학은 건학이념을 빌미로 한 양심의 자유 침해 행위부터 규제받아야 마땅한 상황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건 여권의 행태였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까지 양보 가능성을 내비쳐 기독교계 사학의 봉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교회협의회의 태도 변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여권은 먼저 당론을 분명히하고, 그동안 혼란을 부른 점을 사과해야 한다. 기독교 사학 역시, 건학이념을 앞세워 자행되는 인권 침해와 일부 재단의 비리를 먼저 자정해야 한다. 자율성 요구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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