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1 19:09
수정 : 2006.12.21 19:09
사설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이 이번에는 대법원 재판 예규의 부당성 논란으로 번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참가자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사사건건 반발하는 행태를 반복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영장 재판은 헌법이 정한 법원의 고유 권한이다. 나아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하거나 처벌하는 본안 재판도 아니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검찰이 영장 기각을 곧 불법·폭력 시위를 용납한 것처럼 침소봉대해서야 되겠는가. 법 집행기관 스스로 무죄 추정과 불구속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시위 참가자들은 ‘주동자, 흉기·위험물 운반, 폭력 행사’ 등 검찰이 정한 구속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단순 가담자한테까지 집회 결과의 모든 책임을 묻는 영장 청구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검찰이야말로 국민의 법 감정이나 형사정책적 고려 등을 이유로 시류에 편승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검찰은 영장 기각 직후 불쑥 대법원 예규를 문제 삼았다. 일선 법원에서 중요 사건의 처리 현황과 구속·압수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 예규가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비판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증거도 없이 법원 수뇌부가 예규를 통해 영장 기각 사태를 지휘한 것처럼 흘리는 건 법원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사법부의 전체의 신뢰가 달린 문제를 제 조직의 유·불리에 따라 재단한다면 옹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법원 예규는 재판과 법관의 독립성 측면에서 우려스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은 일선 판사나 재판에 영향을 끼친 사례도 의도도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긴급한 경우에는 전자우편·팩시밀리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지체 없이 보고하게 돼 있다. 법적 강제력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보보고로 이해하기 어렵고, 통계 처리용으로 보기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법원 조직의 관료적 특성을 고려할 때 중요 사건으로 보고한 사실만으로도 일선 판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법원 말대로 단순한 행정 절차라면 사후에 취합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법원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는 예규를 취지에 맞게 축소하거나 개선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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