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1 19:10
수정 : 2006.12.21 19:10
사설
우리은행 노사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특히 정규직 사원들이 비정규직 차별 완화를 위해 임금을 동결하는 희생을 감수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우리은행의 정규직화 방식은 비정규직들의 고용 안정을 우선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는 다음의 과제로 넘긴 형태다. 정규직이 되긴 하지만 기존 정규직원들과는 다른 직군으로 분류되는 방식이다. 은행 창구 업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비정규직들이 기존 업무만 계속하게 되고 이들의 임금 체계도 보통의 정규직과는 다르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반쪽짜리 정규직화’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깎아내릴 일은 아니다. 비정규직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고용 안정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를 한꺼번에 이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을 고려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방식이 남긴 과제를 분명히하는 것도 소홀히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직군별 임금 격차 해소 계획을 제시하고 직군 이동의 가능성을 열어줄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은행 노사가 머리를 맞댄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진정한 모범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이런 방식이 비정규직법의 차별 금지 원칙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을 별도의 직군으로 정규직화하는 게 이 원칙을 피해갈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2류 정규직’화하는 셈인데, 이는 자칫 차별을 영구 고착화할 수 있다.
우리은행 사례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화, 엄밀히 말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걸로 간주한다는 법 규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정규직화의 부담 때문에 무더기 해고가 예상되고 결국 비정규직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숙련기술이 요구되는 비정규직이 상당수에 이르고 이들을 해고하는 것보다는 정규직화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도 이익인 경우도 꽤 많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의 ‘2류 정규직화’ 확산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중요하지만, ‘2류 정규직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할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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