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 회담이 닷새 동안의 일정을 마쳤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실망스럽다. 물론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뿐만 아니라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댄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긴 교착기를 끝내고 협상 국면으로 들어선 만큼 이후 전망을 꼭 비관적으로 볼 이유도 없다.성과를 내지 못한 일차적 책임은 금융제재 해제 외에는 사실상 협상을 피한 북한 쪽에 있다. 미국은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핵문제에서는 새로운 주고받기식 협상안을 내놨고, 금융제재 문제에서도 북한이 요구해 온 양자 협상을 받아들였다. 이런 변화는 회담의 주요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이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의 태도는 이전과 견주어 바뀐 것이 거의 없었다. 회담 재개에 동의한 북한의 의도까지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최대한 강경하게 나가야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회담 전략에서 나왔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잘못이다. 이번에 미국이 낸 협상안의 내용은 한국·일본과 조율을 거치고 중국도 일정 부분 동의한 것이다. 이 안을 놓고 본격 협상을 벌여 초기 단계 이행에 들어가면 미국도 금융제재 해제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이 지금처럼 ‘제재 해제 먼저’ 태도를 고수해서는 고립 심화와 더불어 제재 해제 자체도 더 어려워진다. 북한은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6자 회담 무용론은 섣부르다. 북한은 핵 폐기와 보상을 규정한 9·19 공동성명이 자신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미국도 금융제재 문제가 6자 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북한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
6자 회담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북한은 핵폐기 과정을 빨리 시작할수록 경제 개혁과 체제 안정에 더 유리함을 알아야 한다.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이미 차갑다. 다른 회담 참가국들도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거나 강경책에 기대려 해서는 사태가 더 나빠진다. 새해에 다시 열릴 회담에서는 반드시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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