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2 19:23
수정 : 2006.12.22 19:23
사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일심회’ 사건의 첫 공판이 그제 열렸다.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주범격으로 지목된 장민호씨는 머리 진술에서 “북한과 통일운동을 협의한 것”이라며 간첩 혐의를 반박했고, 다른 피고인들 역시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사실 심리에서 이적단체 구성 여부, 국가기밀 탐지·누설 행위, 북한 공작원 접촉 사실 등을 두고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국가기밀의 범위와 개폐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국가보안법의 정당성을 둘러싼 법리 공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첫 공판이 법정 소란으로 파행을 겪은 건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방청객은 재판부의 거듭된 제지에도 피고인들을 향해 계속해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재판부가 큰소리로 떠든 한 방청객에 감치 명령을 내리자 거센 항의와 욕설이 쏟아져 재판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방청객의 다수는 당 간부가 연루된 민주노동당 당원과 지지자들이었다고 한다.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들에게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일심회 사건을 지겨보는 여론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다.
오늘날의 법정은 이전 권위주의 시절처럼 피고인의 정당한 발언권이 막무가내로 제지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은 비록 접견권이 제한됐다는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변호인의 조력도 받고 있다.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준비한 진술을 충분히 했고,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한 피고인은 검찰의 기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당사자들 사이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방이 필요한 것이지, 제3자의 집단적인 위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이례적인 공개수사와 마녀사냥식 보도로 여론재판이란 비판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기소도 되기 전에 피의사실이 낱낱이 공개되는 인권침해를 겪었고, 수사 내용에도 미진하고 무리한 구석이 적지 않았다. 공안기관의 무리한 부풀리기 수사인지, 시대착오적인 간첩 행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건 재판부의 몫이다.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단을 바란다면, 더 차분하고 성숙한 자세로 대응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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