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4 19:28
수정 : 2006.12.24 19:28
사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제 국제사회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거부한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핵실험 등 핵확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택된 이번 결의는 국제사회가 핵확산 반대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결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안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의는 이란이 결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외교관계 단절이나 안보리 재회부 등 추가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지만, 그것이 별 실효가 없으리란 점은 자명하다. 결의 채택 직후 이미 이란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범위 안에서 핵융합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결국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의 말처럼 이번 결의의 목표는 이란을 압박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드는 일일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바드 자리프 유엔주재 이란 대사가 “핵무기 보유를 시인한 이스라엘에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으면서 이란에만 제재를 가하는 안보리의 위선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프 대사의 비판은 이란이 이스라엘 핵문제와 유엔의 이중 잣대를 공식적으로 문제삼을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 특히 그 주도국인 미국의 핵에 대한 이중 잣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란의 핵개발 과정만 봐도 그렇다. 1979년 이란혁명 이전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지원했다. 30여년 전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핵전력 도입은 이란 경제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남는 석유는 수출할 수 있게 된다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이란 정부도 우라늄 농축에 마찬가지 이유를 대지만 키신저는 지난해 한 신문에 “이란 같은 산유국에 핵 에너지는 자원 낭비”라고 기고했다. 키신저는 자신의 입장이 바뀐 이유로 당시 이란은 미국의 우방이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세계를 핵확산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바로 이런 강대국들의 자의성이다. 우방의 핵개발엔 눈감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만 핵확산금지조약을 지키라고 하면 어떻게 국제사회의 승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유엔이 진정 핵확산 방지 의지가 있다면 이런 이중 잣대를 허용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